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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카피페, 망상, 단편 등등

The Preg Eater

벽령(AzureSouls) 2022. 10. 13.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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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히츠는 트라펠의 유격사 협회에서 할 만한 일거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게시판을 찬찬히 둘러보던 히츠는, 현재 있는 일들이 죄다 잡일 뿐이라서 혀를 찼다.

[히츠] “심부름 해줄 분, 도로 청소 도움 바람, 강아지 맡아주실 분, 인형탈 대역 급구… 무슨 수배 마수라거나 그런 건 왜 하나도 없는거냐.”

  그대로 히츠는 뒤돌아서 협회 건물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안내원인 스카일라가 히츠에게 말을 걸어왔다.

[스카일라] “그런 거라면 니가 할만한 일을 따로 수배해뒀는데, 해볼 의향 있어?”
[히츠] “내가 할 만한 일? 뭐 도시를 습격하는 마수 토벌대에 참여하라거나 그런 거 아냐?”

  별 기대도 않는 히츠였지만 곧이어 스카일라가 의뢰서를 히츠에게 건네주었다.

[스카일라] “이 의뢰는 스트롱솔로인 너한테만 특별히 전달된 의뢰야.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의뢰래나?”
[히츠] “아니 내게 할 의뢰라면 지역 게시판에 걸던가 해야지 굳이 유격사 협회에 의뢰를 달아놓을 필요가 있었나?”
[스카일라]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쳇. 하면서 투덜대는 히츠. 그래도 히츠는 자기 손에 들린 의뢰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히츠] “암튼 의뢰 내용이… 만삭인 여자친구가 살해당했다… 아니 잠깐?”

  히츠는 의외의 내용이 의뢰서에 적혀있는 것을 보고 놀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스카일라] “왜? 뭐 문제 있어, 히츠?”

  히츠의 반응에 당연히 의문을 품는 스카일라는 히츠에게 의뢰에 물어보았고 히츠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히츠] “이 여자친구라는 거 말인데… 미샤잖아. 내가 저번에 그녀가 결혼할 때 들러리로서 도운 적이 있었거든.”
[스카일라] “들러리를 해줬다고? 그거 잡일이잖아? 너 절대 잡일은 안 하는 주의이지 않았어?”
[히츠] “그때 에이라가 이 의뢰 반드시 해야 한다고 고집부리는 통에 억지로 해야 했을 뿐이야.
  여튼 며칠 전에 나한테 자기 임신했다고, 뱃속에 있는 애는 딸이라고 자기 남편 켈스하고 같이 임신했던 거 찍은 사진 보내줬었는데…”
[스카일라] “그랬었다니. 참, 남편인 켈스의 경우는 지금 미샤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려서 유죄 선고받고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지?”

  그 말에 히츠는 한번 더 경악했다.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끈덕지게 자기 여친을 사랑했던 남친이, 그것도 만삭이여서 곧 출산을 앞두고 있던 미샤를 죽일 수 있는지.

[히츠] “저어어어어언혀 말이 안돼. 켈스는 절대 미샤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단 말야. 켈스가 미샤를 죽일 징조 따위도 전혀 없었고. 당장 조사하러 가야겠어.”
[스카일라] “그럼 수락한 걸로 한다?”
[히츠] “당연히 수락이지.”

  우선 히츠는 켈스가 구류되어 있는 교도소에 가보기로 했다. 면회라도 하기 위해서였다.

  ◇

[교도관] “1513번, 면회!”

  사형만을 기다리고 있던 켈스는 교도관이 거칠게 붙잡는 손에 이끌려 끌려갔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자기 아내를 살해했다는 말만 듣고 충격을 받고 아예 의절해버렸다. 절대로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닌데말이다!

  경찰들은 자신에게 없는 거짓 혐의를 만들어내고 취조할 때도 억지로 취조시키고는 결국엔 법원에서 사형 선고까지 받아 그는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로 죽음이나 기다려야 했다.

  이 일로 인해 그는 평소에도 신뢰하지 않던 법정 기관의 종사자들을 더더욱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면회? 자신을 보겠다고 면회를 올 사람조차도 없다.
  면회라고 속여놓고는 자신을 사형장에 데려가서 죽일 셈이겠지. 하지만 아직 사형 집행일도 되지 않았는데!?

  어느 새 갈림길. 왼쪽은 면회하러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사형장이다. 이들은 당연히 오른쪽으로 가겠거늘 싶었는데…
  거짓말처럼 이들은 방향을 왼쪽으로 꺾었다. 정말 자신을 면회하러 올 사람이 있다고?

  잠시 후.

[교도관] “면회 시간은 10분이다. 이 이상 길게 하면 억지로라도 다시 감방에 쳐넣어버릴 줄 알아.”

  정말로 자신을 면회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었다니. 근데 그 면회자라는 건 자신이 미샤랑 결혼할 때 의뢰로 인해 만난 적이 있었던 히츠였다.

[히츠] “오랜만이로군, 켈스.”
[켈스] “설마 당신이 면회를 올 줄은 몰랐는데.”

  히츠는 턱을 괴고 말을 이어갔다.

[히츠] “유격사 협회에서 의뢰 건 거 보고 급히 달려왔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 절대 미샤에게 그럴 짓 할 녀석 아니잖아.”
[켈스] “당연히 아니고말고! 내가 미쳤다고 왜 사랑하는 귀염둥이 미샤를 내가 직접 죽이겠냔말야!
  근데 망할 저 씹새끼들은 아무리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호소를 해도 듣질 않고 억지로 내가 죽였단 게 맞다면서 나한테 사형선고까지 때려버렸단말야!”
[교도관] “이 새끼가, 면회라고 어딜 함부로 씨부려, 엉!? 일찍 뒈지고 싶냐!?”

  흥분해서 켈스가 소리를 높이자 교도관은 켈스의 머리채를 잡고 박아버리려는 시늉을 하면서 협박하기 시작했다.

[히츠] “좀 가만 있어보쇼, 교도관 나리. 이딴 말싸움으로 면회시간 까먹고 싶지 않으니까.
  켈스 너도 진정 좀 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그냥 미샤가 어떻게 죽었는지만 알려줘.”

  다행히 히츠가 중재하자 교도관은 켈스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을 놨고, 켈스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켈스] “거봐. 항상 이런 식이지. 니가 안 말렸다면 아마 난 당장 얼굴 쳐박히고 코피 흘렸을걸.
  난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평소 때라면 미샤가 날 반겨주면서 안아줬었을텐데 그날 미샤는 그러지 않았어.
  이상하게 여긴 난 현관문을 열고 미샤를 불러봤는데 아무리 미샤를 불러도 미샤가 대답을 하질 않는거야.
  혹시나 내가 먹을 저녁을 차리느라 바빠서 내 말을 못 들었는지 싶어 주방에 가봤었는데 미샤는 주방에 없었어.
  어떻게 된 건지 싶어 방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욕실에서 충격적이게도 미샤가 죽어있는 걸 발견한 거야!
  미샤는 몸이 기괴하게 비틀려져 있었고, 배는 보기 끔찍할 만큼 갈라져서 배 안이 다 보일 정도였어. 게다가 뱃속의 아기는 사라져버렸고…”
[히츠] “미친… 도대체 어떤 싸이코패스 새끼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이지…”

  켈스의 진술에 히츠는 매우 경악했다. 히츠는 절대로 켈스가 미샤를 죽인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고 다른 녀석이 와서 미샤를 죽인 것으로 판단했다.

[히츠] “역시나 진범은 따로 있어. 이봐, 교도관! 혹시 미샤의 시체는 어디 보관했는지 알아?”
[교도관] “당연히 시체 안치실에 있겠지! 여긴 시체 안치실같은거 없으니 근처 경찰서라도 가보던가! 유족이라는 작자들은 도대체 장례 안 치러주고 뭐하고 앉아있는건지 원!”

  그렇게 면회를 끝내고 히츠는 바로 근처에 있는 경찰서로 달려가 사정을 말하고는 시체 안치실로 갔다.

[히츠] ‘휴우. 역시 춥군. 하긴 시체는 저온 상태에서 보존할 필요가 있긴 하니깐말이지.’

  곧바로 히츠는 미샤의 시체가 안치된 함을 꺼내고 덮여 있는 천을 벗겼다.

[히츠] ‘상당히 부패되어 있을 법도 한데, 의외로 시체 상태가 온전히 보존되었군. 아마 시체가 방치되어 있던 기간이 짧았나. 어디 상태 좀 볼까…’

  히츠는 시체를 살펴볼까 하다가 아차 싶었다. 하필이면 시체가 알몸이던 상태였으니.

[히츠] ‘아니 이 무능한 새끼들. 최소한 속옷이라도 입혀서 존엄성이라도 지켜줬어야지! 뭐 가슴은 에이라에 필적할 만큼 크군. 켈스가 엄청 좋아했겠…
  크흠! 내가 뭐 이런 불순한 생각 따윌! 됐고 살펴보기나 해야겠어.’

  그녀는 배가 갈라진 채로 죽었다고 했으니, 히츠는 제일 먼저 배를 확인해봤다. 하지만 배는 꿰매져 있었다.

[히츠] ‘부검한 후에 봉합했나보군. 이래서는 제대로 볼 수가 없는데. 뱃속에 있었던 아기는 꺼내졌나보네.
  만삭이라고 했었는데, 시체가 되니 만삭도 아니게 되어버렸구만. 아무튼 이거 어쩔 수 없지만 실 좀 풀어봐야겠는데.’

  히츠는 조심스럽게 갖고 있던 단검을 꺼내 미샤의 시체가 다치지 않도록 그녀의 배를 봉합하고 있던 실을 천천히 잘라냈다.

  실을 다 갈라놨더니 그녀의 배는 저절로 갈라지면서 안이 훤히 비춰보였다.

[히츠] ‘윽… 이런저런 시체라면 다 봐왔지만 역시 이런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너무 그로테스크해서 맨정신으론 보기 힘들어.
  이런 그로테스크한 걸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난 도대체가 이런 걸 좋아하는 녀석들 뇌가 어떻게 되먹은지 모르겠단 말야.
  아무튼… 뱃속은 파먹혀진 것 같군. 있어야 할 내장 일부가 보이질 않아. 그리고 뱃속 주위에도 상처가 엄청나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이렇게까지 할 수 없어. 파먹혀진 흔적도 그렇고 상처 단면도 그렇고…
  잠깐만! 이 살점들은… 윽! 내 생각이 맞다면 이건…’

  시체의 뱃속을 살펴보면서 골똘히 생각하던 히츠는 곧바로 생각을 정리했다.

[히츠] ‘알겠다! 이건 프레그 이터(Preg Eater)의 짓이로군!
  만삭인 여성의 뱃속을 갈라 헤집어서 장기와 뱃속에 있던 아기까지 잔인하게 먹어버린다는 커스드 원(Cursed One)이지.
  킬카반에 흔히 피해 사례가 있던 괴물 녀석인데, 이 괴물 녀석이 파랄레스에까지 진출했을 줄은.
  근데 도대체 어떻게 이 녀석이 사람 사는 집에까지 침입해서 미샤를 죽일 수 있었던 거지? 일단 돌아가자.’

  히츠는 시체를 다시 봉합하고 천을 덮어서 함에 다시 넣어둔 후 시체 안치실에서 나갔다.

[히츠] ‘분명히 프레그 이터는 저녁부터 활동하는 녀석일거야. 지금은 18시니까… 곧 나타나서 다음 희생자를 덮칠지도 몰라.
  그 동안 녀석에게 먹힐 기름을 준비해둬야겠군.’

  히츠는 그렇게 명상할 터를 찾아서 연금 재료들을 섞어 기름을 만들어 건틀릿에 바르고, 나머지 시간은 그가 가져온 소설책을 읽으며 대기했다.

  해가 슬슬 질 때가 되자 히츠는 기름을 바른 건틀릿을 양손에 장착한 후 프레그 이터가 나타날 곳을 찾기 위해 일부러 만삭인 여성을 찾아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잘 모이는 곳이라면 아마 시장 구역일 터. 그는 시장 구역으로 가 만삭인 여성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만삭인 여성이 시장 구역을 지나가지 않았다. 이래서는 미샤를 죽인 진범인 프레그 이터를 잡기라는 건 불가능했다.

  차라리 내가 변장할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미친 짓이다. 히츠에게 여장을 하는 취미 따위는 없다. 그렇다면 역시… 에이라의 협력을 구해야겠다.

  그래서 히츠는 잠깐 건틀릿을 벗어두고 피쳐폰을 꺼내서 에이라에게 전화했다.

[에이라] 「응, 히츠야. 왜?」
[히츠]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에이라?”
[에이라] 「물론이지! 지금 너 트라펠에 있지? 트라펠로 의뢰 받으러 간다고 했었으니까.」
[히츠] “맞아. 되도록이면 빨리 와줄 수 있겠어? 곧 해가 저물어가고 있으니까.”
[에이라] 「후딱 준비해서 올게! 기다리고 있어


  잠시 후 에이라가 자신의 자가용 빗자루를 타고 히츠 옆에서 내렸다. 하지만 히츠는 에이라가 이렇게 온 것을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에이라] “왜? 오래서 오랬더니 왜 띠껍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
[히츠] “아니, 눈에 띄잖아. 최소한 시외택시라도 타고 오던가 하지.”
[에이라] “내 자가용 빗자루가 있는데 어째서?”
[히츠] “마녀로 몰릴 수 있단 거 몰라? 트라펠 지방이 다행히 친 에나덴 파라서 망정이지, 마법사 박해 존나 쩔어주는 지에 파였으면─”
[에이라] “알아! 보기 좋게 마녀사냥꾼들에게 붙잡혀 화형당했겠지! 그러니 거기까지만 하자.”

   에이라는 그녀에게 실컷 잔소리하는 히츠의 입을 틀어막아 제지한 후, 뒤이어 자신을 부른 용건에 대해 물어보았다.

[에이라] “그래서 날 부른 용건이 대체 뭐야?”
[히츠] “프레그 이터를 유인하기 위해서 네 도움이 필요해.”
[에이라] “프레그 이터? 그거 킬카반에나 있는 괴물이잖아?”
[히츠] “너 미샤에 대해 기억하고 있지?”
[에이라] “응. 기억하지. 우리가 결혼 도와줬었던. 지난 주에 걔가 나한테 곧 출산 앞두고 있다고 무지 자랑했었단 말야.
  우리랑 동갑인데 결혼도 빨리 하고 아이도 만들고… 정말 부러운 커플이었는데…
  그래서 네가 하려는 이야기가 설마…?”
[히츠] “바로 그 설마지. 프레그 이터가 만삭인 여성의 배를 헤집어 장기와 뱃속의 아이까지 먹어버린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
  그 미샤가 그 괴물한테 살해당하고 심지어 뱃속의 아기까지 먹혀버리고 말았어.”
[에이라] “그런 끔찍한…!”

  에이라가 히츠의 말에 경악하면서, 미샤와 그녀가 잉태하고 있던 아이가 죽었단 사실을 슬퍼하며 눈물 흘렸다.

[에이라] “역시 괴물 녀석은 용서할 수 없어…! 전심전력을 다해 도와줄게! 내가 뭘 하면 될까?”
[히츠] “그 녀석을 꾀어내려면 만삭인 임산부가 필요한데 아무리 만삭인 임산부를 찾아보려 해도 없더라고.
  그렇다고 길 가던 여성 아무나 붙잡아 만삭의 임산부로 변장시켜 녀석을 눈속임으로 꾀어낼 수조차도 없고.
  그래서 이 일은 네가 적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에이라] “그래서 나더러 만삭의 임산부로 변장하라는 뜻이지? 옷 안에다가 두껍게 싸맨 보자기를 넣으면 되려나?”

  단박에 히츠의 뜻을 이해한 에이라는 만삭의 임산부로 변장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히츠도 잠깐 벗어두었던 건틀릿을 다시 장착했다.

[히츠] “다행히도 녀석은 진짜 만삭의 임산부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을 속이려는 가짜 임산부인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구별력이 있지는 않아.”
[에이라] “그럼 다행이네. 이러고 어떻게 할까?”

  바로 변장을 마친 에이라는 히츠에게 뭘 할지 물어봤다.

  히츠는 어쩜 그리 변장을 빨리 마쳤는지에 대해 에이라에게 일절 묻지 않고 그저 어떻게 녀석을 유인할지에 대해 아직도 생각하고 있었다.

[히츠] “가능하다면 녀석이 미샤를 죽였던 범행 장소로 가고 싶긴 한데… 왜, 범인은 범행을 저지른 장소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하잖아?
  하지만 범행 장소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진 데다 경찰까지 감시를 서고 있어 들어갈 수가 없으니…”
[에이라] “그냥 내가 그곳 주변을 돌아다니면 어쩔까? 뭐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서 내가 백날천날 싸돌아다녀봐야 그 녀석이 쉽게 나타날 리는 없지.”
[히츠] “맞아. 말했듯 녀석이 구별력은 없긴 하지만 대놓고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 태연히 살해를 저지를 정도의 배짱이 있는 놈은 아니니까.”
[에이라] “그럼 역시 녀석이 나타나 미샤를 살해했던 아파트 근방에서 최대한 사람이 없는 쪽으로 혼자 돌아다녀볼게.”
[히츠] “알았어. 녀석이 뜨거든 나한테 외쳐. 나도 네 뒤를 따라다닌 후 적당한 위치에 숨어있을 테니까.”
[에이라] “좋아! 미샤의 복수를 할 수 있도록 힘내자!”

  곧바로 에이라는 다시 자기가 타고 왔던 자가용 빗자루를 타고 사건이 발생했던 곳에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혼자 나다니기 시작했다.

  히츠도 바로 에이라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에이라가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녀석이 나타날 것을 대비해서 바로 근처에 숨었다.

[에이라] ‘이쯤 되면 녀석이 나타나려나…?’

  그 이후로 약 10분동안이나 걸어다닌 에이라는 슬슬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그 순간!

   에이라의 정면에서 무언가가 달려들어 에이라의 배를 확 갈라버렸다!

  하지만 에이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의 배를 감싸고 있던 보따리가 찢겨져 아래로 흘러나올 뿐.

  곧바로 에이라는 화염 마법을 시전하여 그 녀석… 프레그 이터를 천천히 태우기 시작했다.

[에이라] “히츠! 녀석이 나타났어!”

  에이라가 히츠를 향해 크게 외치자, 근처에 숨어있었던 히츠가 몸에 불이 붙어 천천히 타고 있는 프레그 이터의 안면을 주먹으로 갈겨 쓰러트려버렸다.

[히츠] “네가 미샤를 죽이고 미샤의 아기까지 먹어버린 녀석이구나? 너 때문에 아무 죄도 없는 켈스가 사형 선고까지 받아버렸단 말이다.
  최대한 너한테 죽은 미샤와 걔의 아기와, 그리고 켈스를 위해서. 당장 네가 있던 펄스로 되돌려보내주마.”

  그대로 히츠는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프레그 이터를 깔고, 녀석의 안면에 무자비하게 개틀링 펀치를 날려댔다. 녀석의 머리가 아예 터져나갈 때까지.

  이렇게 프레그 이터는 히츠에게 머리가 터져나가면서 마땅히 받아야만 할 응보를 받았다.

  뒤이어 에이라가 뒷처리로 녀석의 시체를 태우고, 이리하여 의뢰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히츠] “도와줘서 고마워, 에이라. 일 마치고 돌아오면 내가 떡볶이 사줄게.”
[에이라] “에헤헷, 아냐아냐. 널 도울 수 있어서 기뻤어. 언제든지 말해,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야. 언제든지


  히츠에게 손키스를 날리면서 에이라는 자가용 빗자루를 타고 돌아갔다.
  히츠도 켈스가 기다리고 있는 교도소로 돌아가 다시금 면회를 청했다.

  ◇

[켈스] “그래서, 진짜 범인은 잡았어?”
[히츠] “맞아. 넌 무혐의야. 범인은 프레그 이터라고, 밤에 나타나 만삭의 여성의 배를 갈라 죽이고 아이까지 먹어버리는 킬카반에서 한때 대량발생했던 악명 높은 괴물이야.
마침 그 녀석의 머리통을 터트려주고 왔어. 내 건틀릿에 녀석의 피가 잔뜩 묻은 거 보이지?”
[교도관] “그랬군…”

  켈스가 히츠에게 고맙다고 말하려고 하기도 전에 켈스 옆에 있던 교도관이 수상한 낌새를 보였다.

[교도관] “저 면회자 새끼도 체포해!”

  교도관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교도관들이 히츠에게 달려들어 히츠의 양팔을 구속시키고 수갑을 채웠다.

[히츠] “아니 이 씨발새끼들이 대체 뭔 개짓거리야!?”
[교도관] “프레그 이터? 웃기고 있네. 파랄레스에는 없는 괴물인건 나도 잘 알거든?
  니가 그 건틀릿으로 피해자의 배를 가르고, 안에 있던 아기까지 무참히 터트려 죽였겠지! 바로 니 그 건틀릿에 묻은 피와 살점들이 그걸 전부 증명해주고 있으니까!”
[히츠] “무슨 개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가 확실하게 증거까지 다 검토해가면서 진범을 잡아냈단 말야!
  근데 하는 소리가 뭐? 지금 씨발 내가 진범이라도 된다 이 말이야!?”
[히츠를 결박한 교도관] “입 닥쳐!”

  히츠를 결박한 교도관이 히츠의 뺨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교도관] “이 새끼는 1513번과 함께 사형이다. 당장 감옥으로 끌고 가!”
[히츠] “씨발새끼들아! 당장 이거 풀어! 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진범을 밝힌 사람이지 미샤와 아기를 죽인 진범이 아니란 말야!
  너흰 지금 크게 후회할 짓 하는거야! 내가 만일 탈옥하는 순간 너흰 다 나한테 뒈질 줄 알라고!!!”

  히츠의 분노가 가득찬 고함은 덧없이 사라지면서 이렇게 히츠 또한 누명을 뒤집어씌운 채로 켈스와 함께 허무하게 그대로 감옥으로 끌려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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